머리말
지난해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남과 북이 냉전 관계를 종식하고 화해와 협력의 장으로 들어섰음을 체감했습니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곳곳에서 남북 언어의 이질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과학 용어, 철도 용어, 금융 용어와 같은 전문 영역에서의 남북 언어 비교집에서부터, 시범적으로 집필된 남북통일 초등 교재에 이르기까지 근래 잇따라 출간되는 남북 언어에 관련한 책들을 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는 여기에 ‘남북 생활용어’, ‘남북 어휘 의미·용법’, ‘남북 어휘 표기 차이’라는 주제로 세 권의 책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하나로, 남북이 같이 쓰는 어휘 중 의미·용법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들을 선별하여 해설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과정에서 구축한 말뭉치를 활용해 남북의 예문을 보이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북측 언어생활 관련 삽화를 다수 수록하였습니다. 또한, 문화어를 모어로 하는 화자들로부터 내용을 검증받고, 예문을 제보 받아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남북의 사전 편찬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위의 책자들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남북 언어를 다룬 책인 만큼 양쪽의 편찬원들이 함께 둘러앉아 하나하나 짚는 과정을 거쳐야만 세밀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속히 북측 편찬원들을 만날 기회를 마련하여 책자에 대한 검증을 의뢰할 것입니다.
아울러 앞으로 이 책이 남과 북에서 널리 활용되어 남북 언중이 서로의 언어생활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합니다.
2019. 4.
겨레말큰사전공동편찬위원회 남측편찬위원장 홍 종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