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들어오는 남북 언어

머리말

2018년 4월 27일, 11년 만에 남북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후 1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남북은 언 눈이 녹듯 경색을 풀고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교착과 답보로 불안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 우리는 평화와 공존, 번영의 시대 앞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70년의 분단 역사에서 그 세월만큼이나 거리가 생긴 언어와 언어문화를 이해하고 통합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그간 남북이 다르게 사용하는 어휘를 대조하는 방식의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나 출판물은 많아졌지만 남북의 언어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고 그러한 차이가 왜 나타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자료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는 올해 《남북 생활용어2》, 《남북 어휘 의미·용법》, 《남북 사전의 올림말 표기 차이》라는 세 권의 책을 준비하며 연구자뿐만 아니라 남북의 언어 대중이 서로의 언어 현상과 현실을 비교적 쉽고 편하게 접하고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통상 ‘남북의 언어가 다르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두음 법칙과 사이시옷 같은 표기의 차이입니다. 남측의 ‘여행’을 북측에서는 ‘려행’이라고 적고 말합니다. 또, 남측은 ‘나뭇잎’이라고 적는 것을 북측은 ‘나무잎’이라고 적습니다. 대표적인 두 규범 외에도 남북의 어휘 표기 차이의 양상과 그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남북의 어문 규범, 즉 《한글 맞춤법》과 《조선말규범집》을 나란히 두고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이 책은 남측과 북측의 대표 국어 대사전인 《표준국어대사전》(1999)과 《조선말대사전(증보판)》(2006)에 실린 올림말을 대상으로 표기에서 차이가 나는 어휘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해설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한글 맞춤법》과 《조선말규범집》을 토대로 표기 차이의 원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습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남과 북의 표기법을 소개하고, 각 규범에 해당하는 어휘를 해설과 함께 보였으며 남북 사전의 올림말 표기 차이 현황도 실었습니다. 특히, 어문 규범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두음 법칙과 사이시옷, 외래어 표기는 장을 따로 두어 다루었습니다. 아울러 향후 표기 차이를 줄이기 위해 남북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와 그 방향에 대해서도 덧붙여 두었습니다.

혹자는 남북 언어에서 달라진 규범이나 표기를 두고 언어의 통일이 정치적, 지리적 통일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해 북측 국어학자들과 만나 이야기하며 의견 차이를 좁히려 할 때 매우 어려운 부분이 서로 다른 표기를 단일화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018년, 남과 북이 세 차례 만나 대화하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가 느낀 것은 남북의 언어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과 각각 마련해 쓰고 있는 규범과 달라진 표기에도 불구하고 서로 소통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만큼의 단일한 언어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기존에 숱하게 진행된 단순 어휘 대조 작업이나 어휘 차이만을 강조해 온 연구가 아닌, 표기 차이 양상의 전반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표기가 달라진 과정과 맥락까지 아울러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차이’ 그 자체가 아닌 분단의 역사가 안고 있는 제도, 문화, 역사 문제를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남북의 겨레가 함께 만들어 함께 보는 우리말 사전을 통해 언어의 통합·통일을 준비하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목표뿐만 아니라 분단, 지역, 사람 사이의 경계를 넘어 남북 관계를 다시 써 나가는 모든 노력에 이 책이 보탬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2019. 12.

겨레말큰사전공동편찬위원회 남측편찬위원장 홍 종 선

일러두기

  • 1.이 책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1999)과 《조선말대사전(증보판)》(2006)의 올림말 표기를 비교하였다.

  • 2.‘남북 사전의 올림말 표기 차이’는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준어’와 《조선말대사전》의 ‘문화어’만을 대상으로 검토하였다. 《표준국어대사전》(1999)은 《표대》로, 《조선말대사전(증보판)》(2006)은 《조대》로 줄여서 표기하고, ‘표준어’와 ‘문화어’를 아울러 가리킬 때는 ‘규범어’로 통칭하였다.

  • 3.올림말 표기는 남측의 《한글 맞춤법》(1988/2018), 《표준어 규정》(2010), 《외래어 표기법》(2017)과, 북측의 《조선말규범집》(2010), 《조선어 외래어 표기법》(1956)을 기준으로 비교하였다.

  • 4.남북 올림말 표기 차이는 ‘두음 법칙 표기 차이’, ‘사이시옷 표기 차이’, ‘외래어 표기 차이’, 그 외의 ‘기타 표기 차이’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 5.남북 표기에 차이가 있는 올림말은 ‘노동#로동’처럼 ‘#’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의 앞에는 남측 올림말을, 뒤에는 북측 올림말을 제시하였다. 남북 어느 한쪽에 둘 이상의 표기가 공존할 때는 ‘/’으로 구분하였다(예: 검부나무#검불나무/검부나무).

  • 6.원어는 《표대》를 기준으로 하여 제시하였다.
    - 《표대》에 오류가 있거나, 또는 《표대》와 《조대》의 원어가 다를 경우 ‘비고’에 그 내용을 제시하였다.
    - 부올림말의 원어는 주올림말의 원어를 그대로 따랐다.
    -《조대》는 복합어 올림말에 원어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표대》와 동일한 올림말이면 《표대》의 원어를 기준으로 삼았다.

  • 7.‘표기 차이 올림말 목록’은 남측의 자모순에 따라 제시하였다.

  • 8.이 책에서 사용한 기호는 다음과 같다.

    - 복합어 경계 예) 이자-율
    ^ 붙여 쓸 수 있는 올림말 예) 여객^열차
    [ ] 발음, 예) 나뭇잎[나문닙]
    품사, 예) 봄[명사], 려행[명]
    《표대》 언어명 예) 코뮌([프]commune)
    ( ) 원어, 예) 학교(學校)
    《조대》 언어명 예) 세멘트(cement(영))
    《표대》 한자 속음, 예) 한라-산(漢拏▼山)
    해당 언어에 없는 단어 예) 하이-칼라(▼high collar)
    형태가 변한 외래어, 예) 파마(←permanent)
    《조대》 한자 속음 예) 육모(←育苗)
    / 《표대》 둘 이상 제시된 원어 구분, 예) 녹록(碌碌/錄錄)
    《표대》 둘 이상 제시된 발음 구분 예) 햇빛[해삗/핻삗]
    . 《조대》 둘 이상 제시된 원어 구분 예) 녀공(女工. 女功)
    오류 예) 강연선(鋼燃線)
    남측 표기 예)여, 요, 유, 이
    북측 표기 예)녀, 뇨, 뉴, 니
    예시 예)연말#년말
    남외 《외래어 표기법》 조항 예) 남외1
    북외 《조선어 외래어 표기법》 조항 예) 북외100
    《한글 맞춤법》 조항 예) 맞8
    《표준어 규정》 조항 예) 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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